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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한수

헛간이나 외양간대신
샌드위치패널 여러조각으로 만든
꽃냉장고를 품은 농막 같은 꽃집지붕은 이를테면 70년대 헛간 지붕이었던
양철이나 석면스레트 지붕처럼
외양이 허름한 존재감을 주긴 한다.

녹슨 양철 스레트지붕이나 부분적으로 바슬러 지는 석면스레트 헛간지붕의 낡은 몰골은 초라함의 극치를
보여 주곤 했으나
봄날이나 여름날에 헛간지붕과
스레트 차양은  볼만한  敍事가 있는
정겨운 곳이었다.
연초록잎 줄기들이 골마다 기어 다니며 호박이나 참외, 수박등을 줄줄이 뒹굴게 만들고
늦가을과 겨울에는 쇠락의 막장 이미지를 연출하는 한해살이
기승전결의 서사가 연출되는  곳이었다.
마찬가지로
꽃집 겸손한 샌드위치패널 지붕에도
먼 추억의 헛간이나 외양간지붕을 닮은
70년대 소소한  일상의 소박한 서사가
구현되고 있다고 할 수도 있다.

꽃집 봄날
팔다 남은 채소모종들이 아까워 심심풀이로 빈 화분에 자충수로
쿡 찔러  심은
오이, 참외, 수박, 고추 모종들이
뜻하지 않게 惡手가 되지 않고
나이 든 사람들에게
선한 鄕愁를  유발하게 하는
신의 한 수가 벌어졌으니
다행이다